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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움직인다는 것

2026

원화에서 영상으로, 아이의 상상이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시간

왜 아이들의 그림을 영상으로 만들까요?

그림 속 친구가 인사를 건네고, 밤하늘의 불빛이 반짝이며, 작은 동물들이 마을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어떨까요? 한 장의 그림에는 눈에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그 앞뒤로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은 완성된 작품을 다시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상상을 다른 표현으로 이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번 영상은 열 명의 어린이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를 바탕으로, AI를 표현 도구로 활용해 제작한 영상들을 한 편으로 엮은 작업입니다. 아이들의 그림과 작가노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각 작품에 어울리는 움직임과 감상의 흐름을 구성했습니다.

완성된 그림에서 다음 이야기를 찾습니다.

그림을 완성한 뒤 다시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원의 작은 고양이, 성 앞에 모인 인물들, 숲 위로 퍼지는 빛처럼 화면 곳곳에는 이야기를 시작할 단서가 있습니다.

영상화에서는 무엇을 움직일지에 앞서, 작품에서 무엇을 자세히 바라볼지 생각합니다.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움직이기보다, 아이가 중요하게 표현한 대상과 그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시 관찰하는 일이 다음 장면을 구상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그림에 담긴 생각을 말로 풀어냅니다.

“그림이 움직였으면 좋겠어요”라는 상상을 장면으로 옮기려면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누가 먼저 움직이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분위기로 마무리되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이때 작품을 설명하는 말과 작가노트는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기림미술은 아이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구상하고, 이를 영상 제작을 위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한 생각이 언어를 거쳐 움직이는 이미지로 이어지도록 연결한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보다 아이의 표현을 중심에 둡니다.

이번 작업에서 AI는 아이를 대신해 원화를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이미 그린 작품을 영상으로 이어 가기 위한 도구입니다. 더 사실적인 얼굴이나 정교한 풍경으로 바꾸는 것보다, 아이의 선과 색, 독특한 형태와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영상화 과정에서는 원화와 생성된 장면을 비교하며, 어떤 움직임이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지 살펴봅니다. 화려한 효과가 많다고 더 좋은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인사나 느린 움직임, 잠시 머무는 장면만으로도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무엇을 선택하고 조정할지 판단하는 일까지 영상 제작의 일부로 바라봅니다.

움직임뿐 아니라, 바라보는 시간도 구성합니다.

한 장의 그림에서는 관람객이 보고 싶은 곳부터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어느 장면에 얼마나 머무는지에 따라 감상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각 작품의 특징에 맞춰 움직임의 순서와 속도, 시작과 마무리를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작품을 한 편으로 연결하면서도, 각자의 이야기를 바라볼 시간이 남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열 명의 그림이 차례로 이어지는 화면은 아이들마다 다른 관심과 상상을 함께 만나는 자리가 됩니다.

원화와 영상을 함께 감상합니다.

원화에서는 손으로 그린 선과 색, 재료의 흔적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그 그림에서 출발한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만납니다. 두 표현은 어느 쪽이 더 완성되었는지를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은 작품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 위한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원화와 영상을 보며 “영상으로 보니 어떤 부분이 새롭게 보였니?”, “네가 상상한 움직임과 비슷한 점은 무엇이니?” 하고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완성된 결과를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아이가 작품에 담은 생각을 다시 들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림미술은 그리기에서 설명하기로, 설명하기에서 영상과 전시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안합니다. 그림을 완성한 뒤에도 자신의 작업을 다시 읽고, 새로운 매체로 표현하며, 관람객과 나누는 과정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을 움직인다는 것은, 아이가 만든 한 장의 세계에 다음 이야기를 이어 주는 일입니다.

참여 작가
김수아 · 김태이 · 손혜원 · 심준우 · 오아인
이루원 · 이소율 · 이해랑 · 장재운 · 조아인
영상 기획·편집 기림미술
제작 방식 어린이 작가의 원화와 작가노트를 바탕으로 한 AI 영상 제작 및 편집
구성 작품 영상 10편 통합
제작연도 2026
전시 기림미술 세 번째 전시 《그림의 다음 장면》

Selected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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