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본능적 창조 행위가 언어적 기호와 수학적 기호를 넘나들며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를 창출을 시도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자신의 집 지붕 위에 앉아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고 기호들을 그려나간다. 화면 전체에 펼쳐진 텍스트와 수학 기호들은 단순한 기호 체계를 넘어서, 감성적 표현과 이성적 시스템의 융합을 나타낸다. 특히, 붉은 색으로 중첩된 ‘ART'라는 단어는 예술을 위한 기호적 행위와 그 자체를 강하게 강조하며, 예술을 수학적 기호와 결합시키는 파격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기호 π인 수학 공식들이 함께 나열되어 있는 점은 예술과 수학, 감성과 이성의 경계를 허물고, 그 둘이 상호작용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반려동물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활용해 기호를 그리는 창조적 주체로 자리하며, 그 행위는 장식적 혹은 기계적이지 않다. 반려동물의 수동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집이라는 보호적 공간 속에서 예술적 기호를 생성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이는 ‘기호의 집’이라는 표현을 통해 기호의 권력과 그 재구성을 탐색하는 기획으로 읽힐 수 있다.
한편, 반려동물이 선택한 기호의 조합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ART의 반복적 사용은 예술에 대한 본능적 접근을 강조하는 동시에, 인간 언어의 창조적 변형을 시도한다. 또한, 수학적 기호들이 화면에 등장함으로써, 본 작품은 이성적 언어와 본능적 창조 간의 긴장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