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는 초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하나의 머리카락 타래가 무한대(∞)의 형상으로 스스로를 꼬아 올리는 장면을 중심에 둔다. 배경은 사막과 우주, 크림의 질감이 뒤섞인, 지층과 기체와 액체가 경계 없이 흐르는 장소로 설정되어 있다. 이 공간은 현실의 어느 풍경에도 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외부 세계가 해체된 후 남는 내면적 풍경의 잔류물처럼 보인다.
가운데 놓인 병풍은 무대이자 장벽, 그리고 출구이기도 하다. 그 앞에서 머리카락 타래는 단순한 신체의 부속물이 아닌 한 존재의 시간과 기억이 뒤틀리고 이어지는 생명의 구조물로 작동한다. 위계와 장식의 역사적 흔적을 품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다시 자기 스스로의 생장성을 회복하여 무한대의 곡선을 그린다.
머리카락에 꽂힌 장식들은 화살처럼 보이며, 방향과 압력을 지시하는 기호처럼 작용한다. 그것은 외부 세계가 개입하는 방식, 시대가 몸에 새겨온 흔적, 그리고 몸이 감내해야 했던 규율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 화살들이 만들어낸 틈, 즉 상처의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피가 아니라 물이다.
그 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그것은 ‘양수’의 이미지—
파괴된 자리에서 역설적으로 솟아 오르는 생명의 징후,
낡은 구조가 더 이상 의미를 수행하지 못하는 시대에서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감각의 물성이다. 나는 이 물을 시대의 전환기에서 발견되는 생명적 충동의 은유로 읽는다.
지금의 세계는 오래된 규범이 해체되는 속도와 새로운 감각이 형성되는 속도가 공존하는 지층적 시간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작품 속 양수는 단지 출산의 이미지가 아니라, 기존의 틀을 통과한 이후에 남는 미래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Oasis'는 그래서 낙원이 아니라,
상처가 통로가 되고, 압력이 파문이 되고, 장식이 생장으로 다시 전환되는 변화의 지점이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사막 같은 시간 속에서, 물의 기척으로 다시 시작하는 ‘무한히 생성되는 몸’을 바라보는 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