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은 “꿈이 아님”이라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잠들어 있지 않음에도 현실이 어딘가 낯설고, 내면의 감각들이 현실을 잠식하는 그 경계의 순간을 탐구한다. 이 작품 속 몸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두려움·욕망·기억의 잔여물이 유기적으로 응축되어 자라나는 하나의 불안정한 용기이다. 신체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보석 같은 유기체들은 깨어 있는 동안에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상징한다.
창백한 신체가 땋인 머리카락과 내면의 덩어리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가 분명히 깨어 있으면서도 내면의 세계에 압도되는 ‘비몽’의 상태를 보여준다. 땋은 머리카락은 기억·정체성·무의식이 뒤엉킨 확장된 자아의 은유로 작동하며, 숨겨진 세계와 현실을 잇는 매개가 된다.
'비몽'에서 나는 내면이 꿈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이 유기적 형상들은 빛 속에서도 계속 자라나고, 변형되며, 드러난다.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이 세계는, 우리가 품고 살아가는 내면의 압력이 결국 현실의 표면으로 스며들어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