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다'는 전통 가체를 위에서 응시하는 독특한 시점을 취한다. 나는 이 조망을 하나의 거리두기이자 침잠으로 사용한다. 신체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신체를 규정해 온 머리카락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장식과 부담 사이를 부유해왔다. 그러나 이 작품 속 가체는 더 이상 과거의 무게만을 증언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의 밀도 깊은 곡선 사이로 스며든 유기적 색조, 식물성의 기척, 광물의 파편 같은 형상들은 제한된 구조 안에서 오히려 더 분명하게 자라나는 내면의 징후들이다.
그것들은 억압을 기억하는 틀 속에서, 제각기 미세한 호흡을 틔우며 압축된 세계가 스스로 발화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찰자의 위치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가체라는 형태를 신체적 장치에서 내적 풍경의 그릇으로 전환 시키는 관문이다. 단단히 감긴 머리카락은 더 이상 정체성을 봉쇄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응축된 감정·시간·감각들이 둥지처럼 모여드는 장소가 된다.
나는 이 이미지를 통해, 제약의 구조 안에서도 은밀하게 확장되는 감각의 흔적, 그리고 억눌림의 공간에서 조차 스스로 빛을 찾아 떠오르는 내면적 조류를 포착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결국, 하나의 형체 안에서 맺히는 무게와 해방, 기억과 생성의 흐름을 바라보는 나의 방식이며, 고요하지만 단단한 움직임으로 떠오르는 무엇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