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늘 삼각형으로만 고집해오던 지붕을 버리고,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사다리꼴 지붕을 작품에 등장하여 팬데믹으로 인한 뉴노멀 시대를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 사다리꼴은 단호해 보이는 뾰족한 삼각형에 비해 더 단단하면서도 안정감이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 적응하고자 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노력을 표현하는데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그동안의 작품에선 ‘홀로서기’와 ‘타인과의 관계’에 방점을 둔 ‘나와 너’의 주제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작품에선 ‘우리’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힘을 실어 보았다. 또한, 과거와 현재로 점철된 일상으로부터 시야를 넓혀 ‘공동의 미래’를 주제로 삼아 보았다. 이제 나의 ‘집’은 ‘사회적 자아’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사회상을 반추하는 매개체로써도 기능하면 좋겠다. 나의 ‘집’은 공동의 일상을 밝히는 등불로 함께 이 시대를 건너가는 동반자로서의 삶을 상상한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내는 ‘화해의 인사’이자, 타인의 안녕을 염려하는 ‘최후의 몸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