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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시

2023 60.6 x 72.7 cm

‘서로’라는 말은 너와 내가 고유하고 독립된 존재라는 의미이다. 동등과 존중의 거리를 품고 있는 존재로 서로 사이를 가질 때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우리’가 된다.
아파트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거주문화, 똑같이 생긴 집이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모여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켜가면서 공동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은 이들 사이에 서로를 인정해주고 사이를 유지하며 관계를 잘 쌓아가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이것는 마치 성부가 나누어져 있지만 잘 섞이고 버무러져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듣는 이에게 충만한 메아리를 울리는 합창과도 같다.
이러한 관계맺기는 비단 개인과 개인 사이, 혹은 개인과 사회 사이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나아가 우주의 질서도 마찬가지 이다. 행성과 행성은 서로 밀고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존재하고, 이는 질서있는 시스템하에 작용한다. 지구도 거대한 우주의 일원으로 다른 항성, 행성과 관계의 물리력에 의해 자전하고, 공전하며 밤낮과 사계절의 자연현상을 빚어낸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소중한 나와 너가 모여 부대끼며 긴밀하게 소통하며 서로 스며들고 닮아가는 ‘관계의 메아리’를 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 하나가 무리지어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들고, 풀, 꽃, 나무 등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을 이루는 것에 비유하여 추상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우주는 여러 별들의 소멸과 생성이라는 생(生)의 네트워크를 유지해 가는 반면, 인간 사회는 희로애락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서로 얽혀 관계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지붕의 컬러와 집의 배치, 화면의 구성 등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다양한 관계의 네트워크를 평면 위에 나타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메아리의 일렁거림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갈 지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늘도 끝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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