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 작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꽃들 중에서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동백’을 주목할 만하다. 동백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로서 동백은 ‘冬柏’이라 표기하는데 한자어이지만 중국에서는 해홍화(海紅花)라고 부르며, 동백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한다. 꽃이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중국의 『이태백시집주(李太白詩集注)』에는 “해홍화는 신라국(新羅國)에서 들어 왔는데 꽃이 매우 곱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동백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린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의 한시 ‘동백화(冬栢花)’이다. 또한 조선 초기 안평대군의 『비해당사십팔영(續匪懈堂四十八詠)』에는 ‘설중동백雪中冬柏’이란 시제가 있으며, 문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동백기름이 상용되어 왔음은 물론 민화 등장하는 화재로 오래 전부터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꽃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호주 국적자로 13세까지 한국에서 나고 자라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내고 오랜 시간 호주에서 생활해 왔다. 작가는 “제주도 여행 중 추운 겨울에도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의 열정과 강인한 생명력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업물에 담았다”고 한다. 아마도 작가에게 겨울에 피는 동백꽃이 더욱 생경했을 수 있을 것이며 작품에 영감을 주기에도 적합했으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민화에 등장하는 동백은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작가에게 동백은 행복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작가의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담은 감정적 상징물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에는 동백 외에 요정, 파랑새, 앵무, 물고기, 복숭아, 레몬, 해바라기, 열쇠, 자물쇠 등의 다양한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동백정원 구어도」 작품을 보자면 화려한 동백꽃들 사이를 영유하는 아홉 마리의 물고기들이 눈에 띈다.
보통 ‘구어도’라 함은 아홉 마리의 물고기를 그린 그림으로 넓은 의미에서 어해도(魚蟹圖)라 할 수 있다. 어해도는 물고기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넓은 의미에서 수중에 사는 생물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이러한 어해도는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는 생태적인 특징이 다산(多産)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되었고, 잉어는 ‘등용(登龍)’하여 입신출세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그려졌다. 현재에도 많이 그려지는 구어도는 잉어 9마리가 등장하며, 재물을 기원하는 의미로 해바라기 그림과 함께 풍수인테리어의 의미로 집안에 많이 들이는 소재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정서에는 단순히 심미적 목적으로 그림을 배치한다기보다 조금 더 길상적 의미를 가진 상징물을 집안에 들이는 경우가 많다. 예진 작가의 구어도의 경우 일반적인 잉어가 아닌 귀여운 물고기가 꽃들 사이를 영유하고 있다. 재물을 상징하는 물고기,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 결실을 상징하는 열매와 과실, 행복을 꿈꾸는 요정과 파랑새, 행복의 비밀을 여는 열쇠 등이 등장한다. 이들의 상징성을 면면히 살펴볼 때 작가의 작품에는 동양적 정서의 상징물들과 서양적 정서의 판타지가 혼재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는 작가가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한국인임과 동시에 호주인 이기에 가능한 재치 있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