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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athy 14

2025 90 x 72 cm

Korean paper
Chinese paper
Pulp
quartz sand

Tear and layer
pasting tech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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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침묵

나는 오래된 종이 위에서 ‘말하지 못한 것들’과 마주한다.

나의 창작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억압과 침묵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 가정과 결혼, ‘정상적인 삶’의 구조 속에서 여성의 몸과 정신이 어떻게 통제되는지,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

한지와 선지, 석영 가루로 이루어진 표면은 쌓이고 찢기고 다시 봉합되며 마음속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여기에 겹쳐 붙는 한글과 한자는 ‘나와 나 사이의 대화’로, 일상의 언어와 역사적 기억의 무게가 뒤섞여 다층적 정체성과 환원될 수 없는 여성의 경험을 시각화한다.

반복적으로 지워지고 다시 붙여지는 문자들은 억압과 표출 사이에서 남겨진 흔적이자, 치유와 재구성의 과정이다. 연약하지만 기억을 품는 종이는 기록과 복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소가 된다.

나는 작업을 통해 돌봄의 이름으로 감춰진 통제, 사랑이라는 명목의 순종, 그리고 여성의 표현을 질병이나 감정 과잉으로 오독하는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누가 정상의 기준을 세우는가
누가 여성의 목소리를 규정하는가
침묵 속에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나의 예술은 억압에 맞서는 저항이자 주체의 각성을 향한 시도이다. 붙이고 찢고 다시 쓰는 행위 속에서 침묵당했던 경험들이 말해지기를, 그리고 그 말하기가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내는 힘이 되기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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