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quid Tension
스텔라 갤러리
2025.06.25 - 07.08
《Liquid Tension》 전시 서문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려 할 때 모든 것을 명명하고 분류하려 한다. 시간을 단위로 나누고,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논리가 닿지 않는 영역,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곳에서 예술이 시작된다.
《Liquid Tension》은 서울과 프라하를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윤병찬과 대형 회화, 벽화, 텍스타일 작업으로 주목받는 체코 출신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루치에 인트락 스크리반코바의 만남이다. 두 작가는 각각 유리와 회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형태와 흐름', '통제와 자유'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이들의 협업은 단순한 작품 결합을 넘어선다. 윤병찬이 체코 문화에서, 루치에가 한국 문화에서 받은 영감은 서로 다른 창작 철학과 미감이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문화적 교류와 상호 이해의 결과다.
전시의 중심에는 한국 전통 달항아리를 재해석한 작품이 놓인다. 윤병찬이 디자인하고, 체코 유리공예 장인들과 함께 제작한 유리 달항아리 위에서 루치에의 회화가 펼쳐진다. 그녀의 그림은 붓 대신 중력과 우연에 의존하며, 물감이 캔버스의 표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이는 완전한 통제를 포기하고 과정 자체를 신뢰하는 작업 방식이다.
'Liquid Tension'이라는 제목은 이 전시의 핵심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긴장은 대립이 아니라 균형을 위한 역동적 에너지다. 윤병찬의 정밀한 유리 작업은 연약함과 섬세함을 품고 있고, 루치에의 자유로운 회화는 중력이라는 물리적 법칙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두 작가는 서로의 작업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언어로 응답한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차이가 어떻게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조화를 완벽한 일치로 오해한다. 하지만 《Liquid Tension》은 다른 진실을 보여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서로 다른 두 힘이 충돌할 때, 그 긴장을 견뎌낼 때 비로소 나타난다. 완전한 통제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흐름의 지혜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삶이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전시명: 《Liquid Tension》
◎ 참여 작가: 루 인트락 스크리반코바 (Lucie Jindrák Skřivánková) × 빛찬 윤 (Byoungchan Yun)
◎ 날짜: 2025.6.25 (수) – 2025.7.8 (화)
◎ 시간: 13:00 ~ 18:30 (휴무일: 월요일)
◎ 장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9길 17, 스텔라 갤러리(선정릉역 1번 출구)
◎ 문의 : 02-512-7277
◎ 인스타그램 @stellargallery_official